대전유성구행사, 유성온천장사 씨름대회 6일차 '남자부 단체전'

대전유성구행사,

유성온천장사 씨름대회 6일차

'남자부 단체전'

한껏 짙어진 녹음과 햇살 아래, 유성의 5월은 뜨거웠습니다. 2025 민속씨름 유성온천장사 씨름대회가 5월 9일부터 15일까지 7일간 펼쳐진다는 소식을 듣고, 14일 오전 10시 한밭대학교 종합체육관을 찾았습니다.

경기장 입구에는 이미 전국의 15개 팀이 모여 준결승을 향한 치열한 단체전 예선 경기를 준비 중이었습니다.

문경시청, 울주군청, 정읍시청 등, 각 시·군을 대표하는 선수들과 응원단이 삼삼오오 모여 응원 구호를 맞춰보고, 깃발을 흔들며 열기를 더하고 있었습니다. 관계자들은 안전한 진행을 위해 관람객에게 안전 수칙을 전달하며 바삐 움직였고, 관람객들은 기대에 찬 눈으로 씨름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선수들이 입장하는 순간, 체육관 전체가 웅장한 긴장감으로 조용히 숨죽이게 되었습니다. 단단한 몸을 한 사내들이 소속 기관 이름이 적힌 샅바를 두르고 씨름판에 올라섰습니다.

심판 소개가 끝나자마자 각 팀의 이름과 선수의 이름을 외치는 응원 소리가 사방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지역마다 각 팀의 응원단이 마치 릴레이하듯 응원을 외치고 있었습니다. 이 열정적인 응원은 세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이어졌습니다.

샅바를 움켜쥔 손, 상대의 중심을 무너뜨리기 위한 무게 이동, 순간의 기술 싸움 속에서 맨살이 부딪히는 소리와 모래가 튀는 장면이 반복되었습니다. 허무하게 쓰러지는 선수가 있었고, 아주 멋진 장면으로 승기를 가져가는 팀도 있었습니다.

때로는 열정이 과해 샅바 싸움에서 경고를 받기도 했지만, 그 모습마저도 경기에 대한 진심으로 느껴졌습니다. 경기가 준결승으로 가까워질수록 응원은 더욱 거세졌고, 선수들은 기세를 몰아 더 치열하게 맞붙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렀습니다.

위 사진은 비디오 판독 중인 모습입니다. 찰나의 순간을 보고 심판이 결정하지만, 각 팀의 이의제기로 비디오 판독이 자주 이루어졌습니다.

15개 팀이 경기를 치르다 보니, 한 경기에서 승부가 날 때마다 심판 소개와 선수 입장이 계속되었습니다.

씨름을 보며 한쪽에 놓인 꽃가마를 보니, 제 마음속에 떠오른 이름은 바로 이만기선수였습니다. 1980~90년대 씨름 황금기를 이끌었던 인물로, 그는 당시 엄청난 체격과 기술로 상대를 압도하며 무려 10회 이상 천하장사 타이틀을 거머쥐었습니다. 씨름은 그 시절 야구나 축구 못지않은 국민 스포츠였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1990년대 후반부터 TV 중계 감소와 함께 씨름의 인기는 서서히 식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프로 씨름단의 해체가 이어졌고, 한동안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점차 멀어졌는데요, 그러나 오늘 현장에선 그 잊혔던 열기가 다시 살아나는 듯했습니다.

두 손 꼭 모은 간절한 응원단의 외침, 진지한 태도로 모래판에 선 선수들의 눈빛은 씨름이 다시 대중과 연결되고 있다는 증거로 느껴졌습니다. 그 모습에 문득 떠오른 그림이 있었습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조선 후기의 풍속화가 단원 김홍도의 대표작 <씨름도>입니다. 이 그림은 김홍도의 도원풍속도첩에 실려 있으며, 현재 보물 제527호로 지정된 귀한 문화유산입니다. 그림 속 씨름판은 지금 이곳처럼 흙바닥 위에서 펼쳐졌고, 양반도 중인도 상민도 모두 같은 자리에 앉아 한마음으로 박수를 치며 경기를 즐겼습니다.

신분을 초월한 웃음과 열기,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공동체의 정. 김홍도는 궁중의 화려함보다 백성들의 땀과 삶을 화폭에 담았고, 그의 붓끝에서 씨름은 단순한 놀이가 아닌 삶을 견디는 힘이자 모두가 함께 어울리는 한마당 축제로 표현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