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시간 전
[제6기 봉화군 서포터즈] 한국의 허파, '백두대간수목원' | 이황준 님
한국의 허파,
'백두대간수목원'을
소개합니다.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 춘양로 1501에 위치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단순한 식물원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공간입니다.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 수목원은 백두대간의 생태를 보전하고 연구하는 것은 물론, 사람들에게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올해 4월, 아직 완연한 봄꽃은 피지 않았지만, 오히려 이 시기에 찾은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다른 계절과는 또 다른 깊은 감동을 전해주었습니다.
수목원의 입구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맑은 공기와 탁 트인 시야였습니다. 높고 푸른 하늘 아래 끝없이 이어진 능선들은 그 자체로 장관이었고, 아직 초록이 완전히 채워지지 않은 숲은 연한 빛깔로 부드럽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운영시간은 하절기인 3월부터 10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동절기인 11월부터 2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입니다. 입장 마감은 각각 운영 종료 한 시간 전이니 방문 계획을 세우실 때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설날 및 추석 당일은 휴관일입니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이며, 20인 이상 단체 방문 시에는 각각 1,000원씩 할인된 요금이 적용됩니다. 만 6세 이하 아동, 만 65세 이상 어르신, 장애인, 국가유공자는 증빙서류를 지참하시면 무료 입장이 가능합니다. 또한, 부지가 워낙 넓기 때문에 트램을 이용하실 수 있는데요, 트램 요금은 성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이며, 3세 미만 유아와 장애인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트램은 주요 관람 포인트를 연결해주어 장시간 걷기 힘드신 분들께 매우 유용합니다.
올해 4월 현재, 수목원 내 봄꽃은 아직 조심스럽게 피어나는 단계입니다. 일부 산수유와 매화가 꽃을 틔우기 시작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잎이 막 트기 시작하는 시기여서 초록이 완연하게 퍼지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바로 이 시기가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진정한 매력을 느끼기에 좋은 때라고 생각합니다. 화려한 꽃보다 먼저 깨어나는 대지의 숨결을, 잔잔한 생명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트램을 이용하지 않고 천천히 걷는다면 수목원의 다양한 표정들을 더욱 깊이 만날 수 있습니다. 길은 잘 정비되어 있어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으며, 곳곳에 설치된 안내 표지판이 길을 잃지 않게 도와줍니다. 특히 암석원 구간을 지나며 마주치는 작은 들꽃들과 바위틈을 비집고 올라오는 풀들은 자연의 강인함을 보여줍니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조그만 꽃잎 하나에도 오랜 시간을 견뎌낸 생명의 힘이 느껴졌습니다.
걷다 보면 만나게 되는 호랑이숲은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대표적인 볼거리 중 하나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백두산호랑이(시베리아호랑이)가 실제로 생활할 수 있도록 조성된 넓은 숲입니다. 관람로를 따라 조심스럽게 걸으면, 멀리서悠然히 거니는 호랑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호랑이숲은 하절기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동절기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관람이 가능합니다. 때로는 나무 그늘 아래 편안히 누워 있거나, 느긋하게 산책하는 호랑이들의 모습에서 자연 속 야생의 품위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상징과도 같은 시드볼트는 직접 내부 관람은 불가능하지만, 안내 전시관을 통해 그 의미와 구조를 배울 수 있습니다. 지하 46미터, 영하 20도의 극저온 상태에서 약 200만 점 이상의 야생 식물 종자가 저장되어 있는 이 시설은 만일의 재난 상황에서도 지구의 생명 다양성을 복원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로 설계되었습니다. 종자를 수집하고 보존하는 과정, 그리고 이 시설이 인류의 미래에 가지는 중요성에 대한 설명을 듣다 보면, 단순한 식물 보존 이상의 거대한 사명감을 느끼게 됩니다.
수목원 내부에는 다양한 전시원과 테마 구역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야생화언덕은 계절마다 다양한 들꽃들이 피어나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4월 현재는 아직 화려하게 물든 상태는 아니지만, 곳곳에 작은 꽃망울들이 맺히기 시작해 조만간 색색의 물결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다만, 이른 봄의 야생화언덕은 오히려 소박하고 차분한 매력이 있습니다. 화려함 대신 조용히 움트는 생명을 발견하는 기쁨을 선물해주기 때문입니다.
걷는 길 곳곳에는 쉼터와 벤치가 마련되어 있어 필요할 때 잠시 앉아 쉴 수 있습니다. 조용히 앉아 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도 느리게 흐르는 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바람이 지나가고, 나뭇잎이 흔들리고, 작은 풀벌레 소리가 들려오는 이 단순한 풍경이 참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카페와 간이매점도 운영 중이라 간단한 음료나 간식거리를 이용할 수 있으며, 수유실과 유모차, 휠체어 대여 서비스도 마련되어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매년 봄과 가을, ‘봉자 페스티벌’이라는 자생식물 축제를 개최합니다.
다만 올해는 아직 본격적인 꽃 축제 시즌이 시작되기 전이라, 축제 분위기보다는 본연의 수목원 모습을 오롯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화려한 행사 없이 조용히 자연과 마주하는 시간, 그런 시간이 오히려 더 값지고 깊게 느껴졌습니다.
방문을 마무리하며,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닙니다.
자연이 얼마나 위대하고 소중한지,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겸손해야 하는지를 일깨워주는 거대한 배움터입니다. 특히 봄꽃이 만개하지 않은 이른 봄, 화려한 장식 없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힐링 여행이 될 수 있습니다.
빠르게 지나치는 여행이 아니라, 천천히 걸으며 숨을 고르고, 조용히 사색할 수 있는 곳.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그런 여행을 원하는 분들께 꼭 추천드리고 싶은 곳입니다.
화려한 장면은 적을지 모르지만, 마음속에는 오랫동안 깊은 인상을 남기는 특별한 공간.
지금 이 순간에도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생명이 깨어나고 있는 이곳을 꼭 한 번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제6기 봉화군 서포터즈
이황준 님의 글과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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