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원래 고대 그리스에서 온 명언을 오역해 생긴 말

이 말은 말대로 요즘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 2023년 향년 71세로 별세한 현대음악의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가

생전에 좋아했던 말이라고 합니다.

사람은 길어야 백 년 남짓 안되는 짧은 인생을 살면서

후손을 통해 예술을 다양한 방식으로 계승하고 승화시켰습니다.

남종화의 대가가 그린 고대 산수화가 미디어아트를 만나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이고 진동이나 파동을 일으켜 흩어지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선보인다든지 인간이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공지능이 자유로이 그려낸 꽃의 이미지🌸💮가 프로젝터를 통해

바닥과 벽면에 투영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전남 광양에 있는 전남도립미술관을 다녀왔습니다.

전남도립미술관에는 다양한 작품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제2의 백남준’이란 별명이 불린다는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와

프랑스 미디어 아티스트인 미구엘 슈발리에 전시전과

대한민국 최초의 인상주의 화가였던 오지호 화백의 전시전을 보고 왔습니다.

이이남 작가와 오지호 화백 모두 전남이 낳은 예술가입니다.

전남도립미술관 건너편에는 광양예술창고란 곳이 있습니다.

미술관만 보고 가기에는 그냥 아쉬워 함께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광양예술창고는 하얀 건물 두 개 동으로 구성된 복합문화공간입니다.

본래는 구 광양역과 연계하여 1970년대 창고 용도로 쓰이던 건물이었다고 합니다.

광양역이 2011년 이전함에 따라 폐창고로 활용되던 공간을

지난 2015년 전남도립미술관 유치에 연계하여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고자 계획 하였고

2021년 3월 22일 자로 광양예술창고를 개관하여 운영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광양예술창고 소교동에는 아동 동화 작가인 전이수 작가의 작품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고

미디어동에는 현대사진의 거목으로 불리는 광양 출신의 사진작가 이경모 선생

남긴 카메라📷🎥와 사진들도 이곳 광양예술창고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다시 전남도립미술관으로 돌아왔습니다.

전남도립미술관은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8시까지 운영되며

소정의 입장료💰를 구매하여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두 개의 전시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인상주의와 오지호 : 빛의 약동에서 색채로” 전과

“미래가 된 산수 : 미구엘 슈발리에 X 이이남” 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미처 생각지 못했는데 입장권을 구매하기 위해

데스크로 다가간 순간 문화가 있는 날이라 하여 무료입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문화가 있는 날은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입장권🎫의 구매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전남도립미술관의 인테리어는 비교적 깔끔한 편으로

실내에는 항상 아름다운 향기가 겉돌며 통유리로 붙인 면이 삼각 형태로 기울어있는

독특한 건물 구조에 따라 전시실은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 관람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첫 번째 전시전은 “미래가 된 산수 : 미구엘 슈발리에 X 이이남 전”입니다.

전시전의 동선은 이이남 작가의 작품부터 시작해

미구엘 슈발리에 작가의 작품으로 마무리됩니다.

첫 번째 작품은 <폭발하는 산수>입니다.

11세기 송나라 때 곽희(Guo xi, 1020-1090)가 그린 조춘도(1072년)를

바탕으로 제작한 작품입니다.

전면에는 조춘도가 스크린에 투영되어 놓여있고

그 아래에는 바위 형상의 오브제가 깔려 있습니다.

조춘도에서 흘러나오는 계곡물이 바위 오브제를 타고 흘러나오는 연출이 이어집니다.

5분 남짓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갑자기 진동을 일으키며

“뻥!” 하는 동시에 산수화의 절경이 폭발하여 가루로 흩어집니다.

이 작품을 이야기하기 전에 동양 산수화에 주로 활용하는

삼원법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양의 산수화는 사실적이고 객관적으로 표현하는 원근법을 사용하지만,

동양의 산수화는 평원(平遠), 고원(高遠), 심원(深遠)이라는

세 가지 종류의 투시법을 사용하는 삼원법(三遠法)이 발달하였습니다.

평원은 가까운 산에서 먼 산을 바라보는 시각이며

고원은 산 아래 산꼭대기를 바라보는 시각,

심원은 산 앞에서 산 뒤를 굽어보는 것을 말합니다.

곽희의 조춘도는 이 삼원법이 모두 실현된 작품으로 <폭발하는 산수> 작품은

삼원법을 뚫고 나와 창의적인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바위 오브제를 통해 삼원법도 원근법도 아닌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끔 하는 작품입니다.

그 외에 연문귀의 강산누관도를 배경으로 한

<진동하는 산수>, <형상 밖으로 벗어나다>, <미래가 된 산수> 작품은

산수화와 미디어 아트가 만나 예술의 경계를 넘어

자유롭게 표현되는 아름다움을 만끽 하실 수 있습니다.

다음은 미구엘 슈발리에 작가의 작품입니다.

첫 번째로 만나볼 작품은 <플라워 파워 2024>라는 작품으로

인공지능의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생성된

가상의 꽃과 잎들로 표현된 작품입니다.

작품 위를 걸어나면 꿈틀거리거나 반응하는 인터렉티브 아트 작품으로

그 위를 걸어보거나 뛰어다니는 재미를 제공😉합니다.

전시실 두 면을 가득 채우거나 거대한 프로젝션이 압도하는

이 두 작품은 <엑스트라-내추럴 2024>, <메타-네이처 AI 2024>라는 작품입니다.

이 역시 관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인터렉티브 아트 작품으로

관객으로 하여 한동안 넋 놓고 바라보게 만드는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비치된 페브릭 쇼파에 앉아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비록 결이 다르지만

운무로 가득한 산맥을 한동안 바라보는 것과 같은 황홀함을 가져다줍니다.

‘미래가 된 산수’라는 주제와 걸맞게 자연과 인공지능이 만나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된 작품들은 기존의 산수화가 지닌 정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기술과 예술이 융합된 역동적인 감각을 선사합니다.

디지털 알고리즘과 실시간 데이터가 결합하여

생성된 이 작품들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마치 살아 숨 쉬는 듯한 자연의 흐름을 구현 합니다.

전시 공간에서 흘러나오는 몽환적인 사운드와 함께,

‘미래가 된 산수’라는 주제는 자연의 경이로움과

기술의 진보가 어우러지는 순간을 포착하며,

전통과 현대, 현실과 가상이 공존하는 예술적 경험을 제공합니다.

다음 전시전은 ‘오지호와 인상주의 : 빛의 약동에서 색채로’ 전입니다.

오지호 화백은 우리나라 최초의 인상주의 화가로 빛과 색채를 통해

한국적 인상주의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 미술계의 거장입니다.

아들인 오승우, 오승윤 화백 또한 대단하여

한국 현대 미술에 영향을 끼칠만한 걸출한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김용준, 김홍식, 오지호 화백의 자화상입니다.

동시대를 살아갔던 젊은 시절 화백의 자화상으로

해방 이후 각자의 미술 영역을 넓혀 갔습니다.

지리산 피아골 계곡을 그린 <계곡>이라는 작품은

숙달된 붓 터치로 울퉁불퉁한 바위의 표면 질감과 단단함을 표현하였으며

하단에 그려진 투명한 물과 그 안에 비치는 황금색 바위의 묘사는

계곡물 특유의 맑고 깨끗한 느낌을 담아내었습니다.

오지호 화백의 독특한 필치로 담은 이 작품은 자연의 생동감을 강렬하게 전달하며,

계곡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화폭에 담아냈습니다.

전시전에서는 오지호 화백의 작품뿐만 아니라

두 아들인 오승우, 오승윤 화백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었는데요.

오승우 화백의 <십장생도>는 지난해 무안군에 있는

무안군오승우미술관에서 만난 적이 있어 왠지 모르게 반가움을 자아냅니다.

오지호 화백의 생전 사진들과 작품활동을 하는 사진들도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비록 흑백사진이지만 생생하게 담겨 있어

오지호 화백의 삶을 전시전을 빌려 조금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의 데스마스크는 평생을 작품과 함께했던

그의 진면목을 드러내는 증표처럼 느껴졌는데

죽어서도 작품을 남기고 간 그의 삶에 경이로운 마음과 존경심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서문에 다루었던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란 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봅니다.

현대 미술사에 발자취를 남긴 노 화백과 부친을 따라

그림을 그려온 두 아들도 이제 세상을 떠나 자리에 없지만,

이들의 작품세계는 후세에 남아 이렇게 예술과 그들의 삶을 재조명하는 전시전으로

승화되어 많은 사람으로 하여 미술관을 찾게 합니다.

천 년 전 자신이 그린 산수 작품이 미디어 아트를 만나

새로운 예술의 영역으로 재탄생할 거란 걸 당시의 사람들이 알았을까요?

오늘도 VR기기를 착용하며 옛 미술작품과 교감하는

미술관의 현장을 보면서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

✅ 2025년 2월 28일에 촬영된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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