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0일 동춘당 역사 공원 일원에서 동춘당 문화제가 열렸습니다.

이날은 아쉽게도 비가 내리는 흐린 날씨였지만, 오히려 비 덕분에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동춘당의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이 더 깊게 느껴졌던 하루였습니다.

저는 사전 신청을 통해 '역사 문화 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는데요.

탐방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매 시각마다 선착순 10명씩 진행되어 소수 인원으로 역사적 장소를 조용히 둘러볼 수 있었답니다.

동춘당 앞 종합 안내소에 도착해 접수 확인을 마친 후, '역사 문화 탐방 참여자'라고 적힌 명찰을 목에 걸고 본격적인 탐방이 시작되었습니다. 단체로 움직이기 때문에 탐방 중에도 외부인들과 구분이 잘 되도록 배려해 주신 점도 인상 깊었어요.

이번 탐방은 전문 해설사님이 자세한 설명과 함께 진행되어 평소에 알지 못했던 동춘당과 이 지역의 역사적 의미를 더욱 깊이 있게 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동춘당이 자리 잡은 이곳은 조선시대 명문가가 터를 잡았던 곳으로, 은진 송 씨 집성촌이 형성되어 마을 이름도 그 성을 따라 '송촌(宋村)'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해요. 흥미롭게도 현재 전국에서 행정동 명칭에 성씨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는 이곳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동춘당을 세운 송준길 선생은 1606년에 태어나, 조선시대 병조판서와 이조판서를 지냈던 인물로 사후에는 '문정'이라는 시호를 받으셨답니다. 충무공 이순신처럼 무신은 '충'자를 문신은 '문'자를 시호를 받는데 문정공 역시 이러한 예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헤설사님은 또 옛집은 그 이름을 통해 그 집주인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고 하셨는데요. '동춘당'이라는 이름의 의미도 설명해 주셨어요.

한 가지 '동(同)', 봄 '춘(春)', 집 '당(堂)'으로 '만물과 더불어서 한 가지로 봄을 함께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해요.

또한 동춘당 외에도 소대헌, 오숙재, 옥류각 등 다양한 이름의 고택과 정자들이 인근에 위치해 있는데요. 여기서 '당, '재', '각' 등은 각각 별당, 서제, 누각의 성격을 가지며 그 명칭에도 고유한 의미가 담겨있다고 하셨어요. 단순히 오래된 건물이라기보다는 깊은 철학과 이야기가 담긴 문화유산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예전에는 집안의 가장 높으신 어르신이 머무르던 별당 건물로, 오늘날로 치면 게스트룸 같은 공간으로 손님을 맞이하거나 독서, 교육이 이루어지던 공간이었다고 해요.

전통가옥은 보통 집의 크기를 '평'이 아니라 나무 기둥을 기준으로 '칸'으로 표현하는데 동춘당은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총 6칸의 구조로 되어 있으며 동서남북의 문 모양이 다 다르답니다. 자연의 흐름을 고려한 과학적인 구조로 여름엔 높은 해가 처마에 막혀 안으로 햇빛이 깊게 들지 않고 겨울엔 낮은 해가 깊숙이 들어와 집안은 따뜻하게 데우며 방향도 서남향으로 지어져 자연의 흐름을 고려한 과학적인 구조로 지어졌다는 점도 무척 흥미로웠어요.

내부 구조도 매우 섬세했는데요. '머름'이라고 불리는 창 아래 설치된 높은 문지방으로 팔을 걸쳤을 때 가장 편안한 높이로 사생활 보호 역할도 한다고 하네요.

마루는 우물마루 구조로 마루판 하나만 고장 나도 교체가 가능할 만큼 실용적으로 설계되었다고 해요.

또한 눈꼽재기창이라는 작은 창도 있었는데요. 문전체를 열지 않고도 밖을 보거나 작은 물건을 주고받을 수 있는 독특한 구조였답니다.

예전엔 지네가 많아 닭발을 두어 천적을 이용했다는 흥미로운 일화도 있었고요.

해설사님은 동춘당 주변 환경에 대한 이야기들도 함께 들려주셨어요. 계절마다 달라지는 동춘당의 풍경 이야기도 인상 깊었는데 해설사님께서는 무려 13년째 매년 첫눈이 오는 날 같은 자리에서 동춘당의 모습을 기록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에 많은 분들이 감동하셨어요.

동춘당은 사랑채, 안채, 별당, 사당으로 구성된 전통 양반가옥이며 이중 사당이 두 채인 것도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데요. 그 이유는 동춘당 송준길 선생이 국가로부터 '불천위(위패를 옮기지 않는다)'를 받은 인물로 지정되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평소에는 내부 출입이 어려운 동춘당이지만 이번 문화제 기간 동안에는 탐방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답니다. 특히나 이날은 비가 오는 덕분에 외부 활동 대신 내부 탐방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더욱 자세하고 깊이 있는 해설을 들을 수 있었던 것도 오히려 뜻밖의 행운이었어요.

더 듣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정해진 시간이 다 되어 아쉬움이 남았지만 참여자들에겐 기념품과 동춘당 문화제 부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2,000원 쿠폰도 나누어 주셨답니다. 작지만 정성이 담긴 선물 덕분에 마지막까지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역사와 건축, 자연이 어우러진 소중한 시간 제28회 동춘당 문화제는 비 오는 날이었기에 더 특별했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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