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시간 전
[제6기 봉화군 서포터즈] 원효대사 창건 & 왕조실록을 품은 사찰 ‘각화사’ | 정대호 님
경북 봉화군 가볼만한 곳,
원효대사 창건 & 왕조실록을 품은 사찰
‘각화사’를 소개합니다.
매년 5월이면 남녘에서 시작된 신록의 물결이 깊은 산골까지 올라옵니다. 경북 봉화군 춘양면의 깊은 산길 끝자락, 각화산 자락에 자리한 각화사(覺華寺)는 그 초록의 정점에서 우리를 맞이하는 사찰입니다.
통일신라의 고승 원효가 창건했다는 전설을 품고 있는 이 사찰은, 조선시대 왕조실록을 지켰던 위대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번 탐방에서는 각화사의 역사와 문화유산, 그리고 자연이 어우러진 5월의 풍경을 중심으로 사찰을 직접 둘러보며 느낀 소회를 바탕으로 소개합니다.
📍 각화사 위치
(경북 봉화군 춘양면 각화산길 251)
각화사의 입구에는 사자처럼 위엄 있는 머리에 불꽃 모양 갈기를 두른 이 석상은 불법을 수호하는 상징물, 또는 사찰 경내를 지키는 수호신의 역할을 합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을 맞이하며 사찰의 신성한 경계를 지키는 역할을 해왔죠.
종루 옆에 위치한 이 삼층석탑은 각화사의 오랜 세월을 조용히 증언하고 있습니다. 약 3미터 높이로 복원된 이 석탑은 전체적으로 안정된 비례감 속에 석재의 견고함과 중후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습니다.
조형미는 단정하면서도 균형 잡혀 있으며, 기단부에는 수많은 작은 불상들이 공양되어 있는데, 참배객들이 놓고 간 작은 불상들과 동전들이 이 석탑 앞에서의 간절한 마음을 그대로 전해줍니다.
이 삼층석탑은 정확한 조성 연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조선 이전 양식을 계승하고 있는 점에서 각화사가 지닌 천년 사찰로서의 위상을 증명해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입니다.
각화사의 삼층석탑 곁에 서서 뒤를 돌아보니, 푸르름이 가득한 산등성이 너머로 각화산 자락이 펼쳐집니다. 5월의 하늘은 한층 높아졌고, 하얀 구름은 조용히 흘러가며 산사의 정적을 더해줍니다.
각화사의 창건은 통일신라 신문왕 6년(686년)으로 전해집니다. 불교 사상의 대가였던 원효대사가 창건한 이래, 고려 예종 때 무애계응 국사가 중창하였고, 조선시대에 들어서는 태백산사고(太白山史庫)가 세워져 조선왕조실록의 수호 사찰이 됩니다.
특히 1606년, 선조의 명으로 태백산사고가 이곳에 세워지면서 각화사는 실질적으로 국가 핵심 기록물을 보관하는 문화 중심지로서 위상을 갖추게 되었고, 전국에서 손꼽히는 대규모 사찰로 거듭납니다.
당시 승려 수만 무려 800여 명에 달했으며, 실록을 지키는 군인과 참봉이 상주하고 있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이후 일제강점기 1910년경 사고와 사찰이 소실되었다가, 1926년 중건되었고, 오늘날의 모습은 이후 수차례의 복원과 정비를 거쳐 유지되며 현재의 모습을 가지게 됩니다.
대웅전은 격조 높은 조선 후기 건축 양식을 따르고 있으며, 간결하면서도 균형 있는 단청과 용맹한 용 문양이 어우러져 장중한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대웅전 앞마당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사찰이 왜 산중에 자리 잡는지를 몸소 보여줍니다. 정갈한 기와지붕의 곡선, 그리고 곁을 감싸 안은 각화산의 녹음은 아직도 기억에 선합니다.
대웅전의 꽃창살 구경에 빠져있다가 각화산의 풍경도 한눈에 담아봅니다. 선명한 파랑과 자줏빛, 노란빛의 꽃들이 초록색의 잎과 어우러져 규칙적으로 배치되어 있고, 그 사이사이에는 장인의 정성과 신앙심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습니다.
계단을 따라 천천히 오르던 길, 한쪽 풀숲 사이에 조용히 앉아 있는 작은 석불상이 눈에 들어옵니다. 장식적이지 않고, 그저 바위 위에 말없이 앉아 있는 이 부처님은 마치 “여기서 잠시 쉬어가도 좋다”고 말해주는 듯했습니다.
요사채 뒤편으로는 숲과 맞닿은 곳에 산신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산신각은 산을 수호하는 신을 모시는 공간으로, 자연과 신앙이 하나로 연결되는 전통 불교의 깊은 사유를 담은 전각입니다.
푸른 숲을 배경 삼아 그 앞에 잠시 머무르면, 눈을 감지 않아도 마음속 풍경이 깊어지는 듯합니다.
각화사 경내를 천천히 둘러보고 나오는 길, 그 옆으로 맑은 계곡물이 소리 없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바위 사이를 따라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 그 옆에 피어난 싱그러운 초록잎, 그리고 계절의 햇살이 빛나고 시원합니다.
원효의 숨결이 깃든 전각들, 왕조실록을 수호하던 장엄한 역사, 세월을 견디고 선 석탑과 꽃창살, 그리고 스님들의 일상이 머무는 요사채와 산신각까지 스며든 각화사는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싶을 때 방문하고 싶은 곳이 되었습니다.
*제6기 봉화군 서포터즈
정대호 님의 글과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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