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전
전북도립국악원 목요상설 가무악 - 한국의 멋, 다시 봄
목요상설 가무악
한국의 멋, 다시 봄
지난해에 이어 다시 찾아온 신명나는 목요일 국악 한마당, <목요상설 가무악>이 찾아왔습니다. 작년 ‘가무악’ 취재를 위해 처음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을 찾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요. 본 공연을 통해 우리 국악이 교향악이나 뮤지컬 못지않게 감동적이고 흥미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일 년 만에 다시 찾으니 더욱 반가운 한국소리문화의전당입니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목요상설 가무악>뿐만 아니라 각종 뮤지컬과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 공연까지 준비되어 있습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다양한 공연장과 전시장, 국제회의장 등을 갖추고 있는 복합문화예술 콤플렉스입니다. 전시장에는 미술전이 순회전시 중에 있으며 모악당, 연지홀, 명인홀을 비롯한 공연장에는 가무악을 비롯한 다양한 공연 등이 실연됩니다.
오늘 리뷰할 본 공연 <목요상설 가무악>은 바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열리는데요. 8세 이상 전석 무료로 제공되는 공연으로 인터넷 예매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에서는 ‘공연여권’이라는 특별한 스탬프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사용하던 공연여권을 가져갔더니, 공연여권은 매년 유효기간이 정해져 있어 새 여권으로 교환해 주셨습니다.
이미지에서 맨 앞에 있는 것이 2025년 공연여권이고, 그 뒤에 있는 것이 지난해 여권인데요. 이제는 실제 여권과 매우 흡사해져서 얼핏 보면 구분이 어려울 정도입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공연여권의 퀄리티가 점점 더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연장 내 티켓 수령처에 공연여권을 제시하면, 해당 공연에 대한 스탬프를 찍어줍니다. 상반기 11회 공연 중 7회 이상, 또는 하반기 13회 공연 중 7회 이상 스탬프를 모으면 소정의 기념품이 제공된다고 해요.
스탬프를 모으는 재미는 물론, 공연 관람과 기념품까지 받을 수 있으니 일거양득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습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본 공연인 <목요상설 가무악>에 대해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은 창극단과 관현악단, 무용단이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전통의 멋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의 창작물을 무대에 올리는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이들이 모여 바로 가(歌, 노래), 무(舞, 춤), 악(樂, 가악)이라는 무대가 탄생하였습니다.
이날 진행된 가무악 공연은 ‘한국의 멋, 다시 봄’을 주제로 펼쳐졌습니다. 공연은 ‘25현 가야금과 저대를 위한 The Arirang’, ‘태평무’, ‘판소리 – 심청가 중 눈 뜨는 대목’, ‘최옥산류 가야금산조’, ‘광대가’, ‘무고’, ‘신뱃노래’와 ‘사철가’ 순으로 이어졌습니다.
공연 시작 전, 적당한 긴장감은 곧 펼쳐질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여주었는데요. 특히 이날 공연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외국인 관람객의 비중이 꽤 높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머리에 히잡을 쓴 여성 관람객이 많은 걸 모아 다른 문화권에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 국악의 매력을 전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25현 가야금과 저대를 위한
The Arirang
진행자의 해설을 시작으로 본 공연은 시작되는데요. <목요상설 가무악>의 첫 번째 무대는 가야금과 대금, 장구 트리오의 공연입니다.
가야금의 섬세하고 유려한 선율 위에, 저대의 깊고 묵직한 숨결이 어우러지며 서정적인 우리 음악인 ‘아리랑’이 지닌 정서가 더욱 깊이 있게 다가왔습니다.
장구의 절제된 리듬은 곡 전체에 생동감을 불어넣으며, 세 악기가 서로의 색채를 해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The Arirang’은 단순한 편곡이 아닌, 국악의 정체성과 창의적인 해석이 공존한 무대였으며, 세 악기의 섬세한 호흡과 감정선이 국악의 깊이를 다시금 일깨워 주는 시간이었습니다.
태평무
‘태평무(太平舞)’는 나라의 태평성대(太平聖代), 즉 평화롭고 번영하는 시대를 기원하며 추는 궁중 풍의 민속무용입니다. 화려한 의상과 장중하면서도 섬세한 춤사위가 특징이며, 왕과 왕비의 풍모를 재현하듯 우아하고 기품 있는 동작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극에는 황룡포를 입은 무용수와 소례복을 입은 무용수를 중심으로 무용이 시작됩니다. 태평무는 주로 무용수가 왕과 왕비를 상징하는 복식을 착용하고, 부채를 들고 추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본 태평무는 ‘강선영류 태평무’라 하여 한국 무용계의 거장인, 강선영(姜善英) 선생이 전승하고 발전시킨 태평무입니다. 강선영 선생은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보유자로, 한성준과 한영숙 선생 등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자신만의 해석과 기교를 더해 독창적인 태평무 스타일을 완성했습니다.
처음에는 느리고 여유 있는 장단에서 출발해 점차 빠른 장단으로 전개되며, 절정에 이르는 긴장감 있는 흐름을 보여줍니다. 궁중의상 특유의 화려한 색채의 의상과 소품을 활용하여 우아하면서도 정중동(靜中動)의 미를 강조. 팔과 손끝의 선이 매우 섬세하고, 동작 하나하나에 내면의 기품이 배어 있는 공연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무대였는데, 태평성대를 바라는 국민의 염원이 모여 어려운 시국을 극복해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감상했던 무대였습니다.
판소리
심청가 중 눈뜨는 대목
‘눈 뜨는 대목’은 판소리 심청가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진 후 용왕의 도움으로 다시 인간 세상에 돌아오고, 맹인 아버지인 심 봉사가 드디어 눈을 뜨는 감동적인 장면을 그린 대목입니다.
심청은 눈먼 아버지 심 봉사를 위해 공양미 300석을 받기로 하고 인당수에 제물로 뛰어듭니다. 이후 용왕의 도움으로 다시 살아난 심청은 황후가 되어 궁에 들어가게 되지요. 어느 날, 황제가 전국의 맹인들을 초청하는 큰 행사를 열게 되는데, 이 자리에 심 봉사도 초대됩니다.
심청과 심 봉사는 오랜 세월이 지나 다시 만나게 되고, 극적인 재회를 하면서 심 봉사의 눈이 기적처럼 떠지게 됩니다. 이 장면은 효(孝)의 정점과 감동의 절정으로, 판소리 ‘심청가’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 중 하나로 꼽힙니다.
판소리 공연 중에는 관객들의 추임새도 이어졌습니다. “얼쑤!”, “그렇지!” 하며 명창의 장단에 맞춰 호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요. 판소리는 단순히 감상하는 공연이 아니라, 관객과 소리꾼이 함께 호흡하며 하나가 되는 무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눈 뜨는 대목’에서는 감동에 북받쳐 눈물을 훔치는 관객도 있었는데요. 명창의 격정적인 열창과 더불어, 마음 깊이 울림을 주는 무대였습니다.
최옥산류
가야금산조
‘최옥산류 가야금산조’는 최옥삼(1905~1956, 장흥) 선생이 가야금산조의 창시자인 김창조(1856~1919, 영암) 선생에게 배워 함동정월(1917~1994, 강진) 선생에게 전한 가야금산조를 말합니다.
‘최옥산류 가야금산조’는 판소리와 남도 풍의 가락을 모티브로 하였기 때문에 맺고 푸는 선율의 대비가 뚜렷하여 단아하면서도 정갈한 멋이 살아 있는 산조였습니다. 전체적으로 과장되지 않은 담백함 속에 은근한 정서가 깃들어 있어, 듣는 이의 마음을 잔잔하게 울리는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광대가
‘광대가’는 조선 말기 신재효(申在孝, 1812~1884) 선생이 지은 단편 가사로, 광대(소리꾼)이 갖춰야 할 네 가지 덕목을 담은 노래입니다.
"광대라 하는 것이 제일은 인물치레,
둘째는 사설치레, 그 지차 득음이요,
그 지차 너름새라”
광대가를 여덟 명이 소리꾼이 나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조금 생소하면서도 신비롭게 느껴졌는데요. 백 년 전 소리꾼의 덕목을 설파했던 옛 선생의 가르침을 곱씹어 답습하듯 부르는 현대 소리꾼들의 낭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무고
‘무고(舞鼓)’는 말 그대로 ‘북춤’을 뜻하는 용어로, 무용수들이 바닥에 설치된 북틀의 북을 두드리며 추는 전통 궁중무용입니다. 고려시대에 시작되어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유서 깊은 무용으로, 화려한 춤사위와 함께 울려 퍼지는 북소리는 이날 공연을 관람한 외국인들의 뜨거운 호응을 끌어내기에 충분했습니다.
무고는 4명의 무용수가 방위를 나타내는 저고리 속 북채를 숨겨 큰 북을 둘러싸며 추는데 웅장한 북소리와 함께 화려한 춤사위가 이어지며 시각적 아름다움과 청각적 웅장함이 동시에 느껴지던 무대였습니다.
이날 외국인 관람객들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던 무대로 무고가 당시 궁중의 잔치나 국가 의식, 외국 사신을 맞이하는 자리에서 공연되던 전통적인 배경을 고스란히 담아낸 무대였기에, 외국인의 반응을 통해 당시의 무고가 지닌 가치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궁중의 위엄과 품격이 깃든 춤사위와 웅장한 북소리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주는 듯한 깊은 울림을 선사했고, 관객들에게 한국 전통무용의 진가를 강하게 인식시켜 주었습니다.
신뱃노래
사철가
마지막 무대는 ‘신뱃노래’와 ‘사철가’로 마무리됩니다. ‘신뱃노래’는 1970년대 서용석 명인이 경기민요 ‘뱃노래’에서 따와 남도의 육자배기토리를 입혀 만든 곡이라고 합니다.
“어기야 디여차, 어허야 디여차!”
마치 마지막 무대의 대미를 장식한 듯 밝고 흥겨운 가락 소리로 시작하는 ‘신뱃노래’는 뱃사람들의 삶과 희망을 담은 선율을 담은 노래를 넘어, 공동체의 화합과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원을 노래하는 의미 깊은 무대였습니다.
마치 본 공연의 주제를 관통하는 ‘한국의 멋으로 다시 봄을 불러일으키는 곡’이라고나 할까요?
곧이어 이어진 ‘사철가’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흐르는 세월과, 그에 따라 늙어가는 인생을 담담하게 노래한 단가입니다. 덧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성찰이 담긴 이 곡은,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함으로써 듣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특히 겨울이 지나고 벚꽃과 유채꽃이 피는 4월이 되면, 문득 일 년이 얼마나 빠르게 흘렀는지 실감하게 되는데, ‘사철가’는 바로 그런 순간들을 떠올리게 하며, 계절의 흐름 속에 스며든 우리 삶의 한 장면들을 주마등처럼 되새기게 만드는 노래였습니다.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를 만큼 몰입해서 감상한 <목요상설 가무악>의 첫 번째 공연이었습니다. 매번 깊은 감동과 울림을 안겨주는 무대를 본 뒤, 공연장을 나설 때마다 느껴지는 묘한 홀가분함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바쁜 일상에 치여 정신없이 살아가는 요즘, 가무악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선율과 격조 높은 무대는 잠시나마 마음의 짐을 내려놓게 해주고, 삶의 여백을 되찾게 해주는 소중한 선물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목요상설 가무악>은 첫 번째 공연이 2025년 4월 3일부터 시작해 6월 19일 마지막 공연인 <8人8色, 소리열전>으로 마무리됩니다. 본 공연은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공식 누리집을 통해 예약할 수 있으며, 공연 1주일 전부터 사전 예약을 통해 예약하실 수 있습니다.
▼전북도립국악원 홈페이지 바로가기▼
글, 사진 = 조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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