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모두 지고, 연둣빛이 짙어지는

4월의 마지막 주,

완연한 봄기운이 산과 들에 퍼지던 어느 날에

충남 논산시 노성면에 위치한 #명재고택 을 찾았습니다.


(4월 4주차)

마을 안쪽 골목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흙담이 낮게 이어지고 오래된 고목들이 양옆으로 길을 지키고 서 있습니다.

그 풍경은 마치 수묵화 속 장면처럼 고요하면서도 차분했고 마을에 들어선 순간 마음이 조용히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맑은 공기와 예쁜 자연과 함께 공기는 한층 더 맑고 차분해 명재고택은 오랜 시간 말없이 모든걸 품고 있는 듯했습니다.

이런 곳을 지금이라도 와봐서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차는 명재고택과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 천천히 걸어 오셔야 하며 이 곳으로 주차 진입은 불가하니 이용에 꼭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명재고택은 조선 숙종 시절 대학자였던 윤증(1629~1714) 선생이 1709년에 직접 지은 집이라고 합니다.

300년이 넘는 세월을 고스란히 지켜온 이 고택은 지금도 그 후손들이 실제로 거주하고 있다고 하니 그저 보존만을 위한 유적지가 아니라 지금도 시간이 흐르고 있는, 살아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곳은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숨 쉬고 있는 장소였고 그 자체로 조선시대의 생활 문화와 가치관을 품고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습니다.

고택은 안채, 사랑채, 사당, 연못 등으로 구성돼 있었고 그중에서도 사랑채의 대청마루는 잠시라도 머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습니다.

기둥 사이로 스며드는 봄바람, 처마 아래로 떨어지는 햇살, 그리고 마루 끝에서 바라본 고요한 들판은 말없이 위로를 건네는 듯했습니다.

그저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스스로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단정한 한옥의 구조 안에는 자연과 사람의 숨결이 함께 녹아 있었고 그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며 아주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었습니다.

명재고택은 일부 구역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으며, 입장료도 따로 받지 않습니다.

다만, 고요한 분위기를 해치지 않도록 조용히 둘러보는 배려는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도 고택을 찾은 분들 대부분이 낮은 목소리로 조용히 대화를 나누거나 마루에 앉아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계셨습니다.

이곳은 시끌벅적한 관광지가 아닌 천천히 머물며 자신을 돌아보는 ‘쉼의 공간’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곳이었습니다.

사랑채 앞 연못에는 가운데에 작은 섬이 하나 떠 있습니다.

단순한 조경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이 구조는 조선의 공간 철학인 천원지방(天圓地方),

즉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는 생각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단지 거주를 위한 집이 아니라 그 안에 삶의 철학과 자연에 대한 존중을 담아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연못 주변엔 배롱나무가 자리를 잡고 있어 여름이면 꽃이 만개한다고 하니 다음엔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계절에 다시 한 번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방문은 단순히 오래된 건축물을 보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조선시대 사람들이 자연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갔는지를 깊이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들의 삶과 철학, 그리고 공간에 담긴 배려와 절제가 얼마나 정갈하게 녹아 있는지를 마주할 수 있었고 그 여운은 돌아오는 길 내내 마음속에서 잔잔하게 번져나갔습니다.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싶은 날 명재고택은 조용한 위로를 건네주는 아주 특별한 장소가 되어줄 것입니다.



{"title":"명재고택","source":"https://blog.naver.com/nscity/223848989761","blogName":"논산시 공..","domainIdOrBlogId":"nscity","nicknameOrBlogId":"논산시","logNo":223848989761,"smartEditorVersion":4,"lineDisplay":true,"outsideDisplay":true,"cafeDisplay":true,"blogDisplay":true,"meDisplay":true}